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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공장에서 온 자일리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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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무색투명한 결정. 언뜻 보기엔 설탕 같다. 그러나 먹어보면 설탕이 아님을 금방 알게 된다. 단맛 뒤에 강한 청량감이 느껴져서다. 이 청량감은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고급 박하사탕을 연상시킨다. 무슨 물질일까. 단맛을 즐기는 이라면 벌써 짐작이 갈 것이다. 저 유명한 ‘자일리톨’이다.

자일리톨은 일반 소비자에겐 다소 베일에 싸인 선망의 물질이다. 단맛이 주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게 몸에 유익한 기능들이 많다고 해서다. ‘충치 방지’와 ‘저칼로리’ 개념은 기본이고 ‘혈당치를 그다지 올리지 않는다’는 매력까지 갖추고 있다. 무공해를 표방하는 먼 이국의 자작나무 숲을 연상시키면서 말이다. 자일리톨은 이런 특성을 무기로 가장 먼저 껌 시장을 평정했다. 자일리톨을 껌의 한 브랜드명쯤으로 알고 있는 소비자도 있을 정도다. 껌에서 쌓은 명성을 바탕으로 이 신비의 물질은 일반 식품들에도 상륙한다. 이 소재가 가는 곳엔 늘 ‘친건강 고급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수락석출’(水落石出)이란 말이 있다. 허울을 걷어내면 실체가 드러난다는 뜻이다. 자일리톨의 속살을 들여다보자. 이 소재는 자연의 산물이 아니다. 공산품이다. 왜냐하면 화학공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그 원료가 ‘자일로스’라는 자연의 당류일 따름이다. 자일로스에 수소첨가반응을 시켜서 얻는다. 식품위생법에서 이 소재를 화학첨가물로 분류하는 것이 그래서다.

자일리톨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충치 방지 기능도 실은 별것 아니다. 이 소재는 미생물들에겐 낯선 물질이다. 특히 충치를 만드는 ‘뮤탄스균’(S. Mutans)의 경우 낯가림이 심하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 녀석은 자일리톨을 결코 먹지 않는다. 입 안에 이 소재만 있는 한, 충치균이 절대로 번식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충치를 유발하지 않는 비밀인데.

문제는 언뜻 신기해 보이는 이 사실 속에서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는 기류가 느껴진다는 것. 왜일까? 그렇다. 자일리톨은 충치균에게만 낯선 물질이 아니다. 우리 몸의 효소들도 낯설어한다. 그래서 이 소재는 몸 안에서 정상적으로 대사되지 않는다. 설탕에 비해 칼로리가 낮은 사연이 바로 그것이다. 혈당치도 당연히 적게 올릴 수밖에.

주목할 점은 자일리톨의 이런 특성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혈당치를 적게 올린다는 측면을 보자. 본디 단맛을 내는 물질은 몸 안에서 혈당치를 정상적으로 올려야 한다. 왜냐하면 단맛이 감지되는 순간 우리 몸에서는 인슐린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인슐린이란 혈당치를 낮추는 호르몬 아닌가. 혈당치가 올라가지 않은 상태에서 인슐린만 분비되면? 혈당치가 기준보다 낮은, 이른바 ‘저혈당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인슐린 비의존성 감미료’의 탐닉이 저혈당증을 부를 수 있다는 보고가 나오는 이유다.

자일리톨과 같은 물질을 식품 용어로 ‘당알코올’이라 부른다. 이 당알코올에는 종류가 꽤 많다. 소르비톨, 말티톨, 만니톨, 에리스리톨, 락티톨, 이소말트 등. 자일리톨과 사촌쯤 되는 물질들로서 모두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많이 먹으면 설사를 유발한다는 사실도 그 가운데 하나다. ‘자연의 섭리를 거역한 물질’이라는 이론 속에 모든 힌트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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